2008년 04월 15일
2MB시대에 여성주의자로 살아남기
<언니네>가 내 홈페이지 메인인데, 개학하면서는 생전 로그인을 못했다.ㅠ 메인에서 '저용량시대에 여성주의자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글이 연재되는 걸 보면서 매번 '봐야지, 봐야지,' 하고 있다가 드뎌 오랜만에 로그인한 나...
언니네 스타일의 글을 좋아한다. 딱딱하거나 너무 문어체적이지도 않으면서 할말은 다 하는. 가볍고, 수다식으로 편하게 읽히면서도 필요한 내용 또한 은연중에 스며드는,
언니_ 라는 호칭 안에서 형성되는 따뜻한 자매애의 네트워크.
한때 언니네에 블로그를 개설하려고 했으나(일명 '자방') 아무래도 가난한 단체라 자방을 열려면 돈을 쪼금 내야한단다.ㅠ
그래서 결국 맨날 구경만 하고 내 방은 만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종종 다른 언니들이 자방에서 풀어내는 하소연이나 하루 일과 속에 내 모습을 투영하고는 덩달아 분노하고 덩달아 눈물흘리고 덩달아 깔깔거렸다.
최근 한동안 댑따 딱딱한 글, 문어체 글만 보다가 간만에 언니네 글을 보니 넘 좋다.
휴- 2MB시대에 여성주의자로 살아남기, 언니들과 함께라면 외롭지 않겠죵? *ㅁ*
다음번 감자모임엔 꼭 가봐야지!
---------------------------------------------------------------------------------------
2008년 4월 특집 [2MB는 모자라]
지난 3월, 액션나우팀은 "앞으로 5년, 2MB로 살라고? -저용량시대에 여성주의자로 버티기-”라는 제목으로 감자모임 열었습니다. 연일 미디어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 고매하신 분의 넓고도 깊은 뜻을 하나하나 정성을 다하는 마음으로 살펴보는 자리여서 그랬던 걸까요. 감자모임을 마치고 난 후 참가자분들의 표정은 뭐랄까요, 참… 다른 여느 감자모임 참가자분들과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를 담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땠냐구요?^^

…사실 저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어요-_-;;; 하지만 현실인걸요. 아니나 다를까, 감자모임을 끝내고 난 후 액션나우팀원들은 하나같이 턱을 괴고 깊은 고뇌에 빠졌습니다. 2MB 시대에 여성주의자인 우리는 왜 이렇게 여성운동의 앞날에 대해 답답함과 암담함을 느끼는 걸까요. 불도저 2MB 정부가 몰고 올 수많은 재앙들 때문에? 하지만 언제는 여성운동하면서 이 정도의 재앙을 걱정하지 않았던 적이 있던가요? 이 답답함을 이유를 찾아내지 않고서는, 앞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서 어떤 이슈로 운동을 할 것인지를 이야기할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MB 시대의 만성 ‘답답증’은 어디에서 오는가
생각해보면 저는 제 자신을 ‘소수자’로 정의하는데 주저함이 없이 살아왔던 것 같아요. 아니, 소수자가 아니라면 뭐라고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요? 그런데 말이죠, 새삼스럽게도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됩니다. 소수자라는 위치는 절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요. 나를 소수자로 인식하게 하는 특정한 맥락과 관계, 그 안에서 나는 소수자인 것이죠.
문제는 노골적으로 보수화를 지향하는 2MB시대에 ‘‘진보는 분열하고 보수는 부패한다’는 속설(?)을 뛰어넘기 위해서 우리 각자가 가진 소수자로서의 다양한 위치를 어떻게 드러내고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소수자들의 연대라니, 한편으로는 진부한 문구이지만 또 너무 어려운 일이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지 발제자인 호빵님의 말처럼, 이명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알아서 움직이는 우파들의 자발성 앞에서 여성주의자인 우리는 어떤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참가자 중 난새님이 지적한 것처럼 소수자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이 가시화되면 가시화될수록,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 계층의 사람들 외에는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라지게 될 수도 있겠죠. 이명박 정권 하에서 억압받는 많은 소수자들이 분개해 들고 일어날 것이라는, 그래서 거대한 소수자들의 연대체가 형성될 수 있다는 추상적인 낙관만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바로 여기에 2MB 정권에서 우리의 운동을 전망할 때 생기는 갑갑증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정말로 우리가 내부의 차이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어떠한 사람들과 연대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연대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가 왔다는 위기감 때문이죠. 지금까지 언니네트워크가 우리 스스로가 즐거운 방식으로 사회․제도적인 차별에 저항하고 여성주의적 문화공간을 확장하기 위한 운동들을 해 왔고 그러한 방식이 다양한 여성들의 네트워킹에 유의미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다른 소수자 단위와 연대할 수 있는 판을 짤 것인가도 고민해야 하는 시기인 듯 합니다. 이미 ‘반차별 공동행동’과 같은 연대단위를 통해서 그러한 고민들을 풀어내기 시작하고 있기도 하구요.
빨리 가로질러 갈 수 없다면 천천히 돌아서라도 간다
감자모임에서 많은 참석자분들의 암담함을 목격한 후 가슴이 아픈(=잔머리만 굴리는)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여성주의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이고, 치밀한 운동전략’을 당장은 모르겠다면, 2MB 정권에서 조심하거나 피해야 하는 운동방식은 뭘까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하고 말이죠.
사실 이명박 정부의 패턴은 너무나 명확해요. 우선은 ‘호기롭게’ 정책을 ‘선포’합니다. 예를 들면 신혼부부에게 12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운 것 처럼요(비혼여성은 집도 절도 없이 살아도 아웃오브안중). 동시에 비싼 주택가격 때문에 신혼부부들이 결혼출발에서부터 좌절하고 있다고 마구 ‘역정’을 내시죠. 그리고는 본인이 해결해주겠다며 ‘생색’을 내십니다. 세대 간 차별이다, 비혼 차별이다 좀 논란이 되는 것 같으면 그 다음 바로 은근슬쩍 ‘내빼기’ 기술을 선보이십니다. 12만호였던 주택 공약이 바로 5만호로 줄어들게 되고, 그것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숫자입니다. 언니네트워크가 비혼운동을 하면서 오~래전에 지적했던 문제점들을 말도 안되는 논란을 거치고 거쳐 깨닫고 계시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 못해 안쓰러워요.
주택공약에서 볼 수 있듯이, 정권을 잡은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이명박 정부이긴 하지만 인수위 시절부터 둑 터진 것처럼 쏟아져 나오는 전시용 정책들을 보다보면 ‘반대(시위)만 하다가 5년 다 가겠구만’ 하는 예측을 하게 돼요. 여성주의 운동의 방향이 중앙정부 정책 중심의 운동으로 이동하고, 그러한 정책에 대한 대응하는 것만으로 여성주의자들의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게 되는 방식만큼 2MB 정권에서 위험한 함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언니네트워크의 독자적인 성격의 다양한 운동들을 꾸준히 이어감과 동시에 2MB 정책의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 함께 운동의 동력으로 모을 수 있는 방법 등은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로 풍성해질 수 있겠지요.
* 이미지는 홍유라님의 만화 ‘채널고정’을 편집한 것입니다.
* 글을 퍼 가실 때에는 출처를 꼭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언니네 채널넷(www.unninet.co.kr) 2008년 4월 특집 '2mb는 모자라' 中
언니네 스타일의 글을 좋아한다. 딱딱하거나 너무 문어체적이지도 않으면서 할말은 다 하는. 가볍고, 수다식으로 편하게 읽히면서도 필요한 내용 또한 은연중에 스며드는,
언니_ 라는 호칭 안에서 형성되는 따뜻한 자매애의 네트워크.
한때 언니네에 블로그를 개설하려고 했으나(일명 '자방') 아무래도 가난한 단체라 자방을 열려면 돈을 쪼금 내야한단다.ㅠ
그래서 결국 맨날 구경만 하고 내 방은 만들지 못했지만, 그래도 종종 다른 언니들이 자방에서 풀어내는 하소연이나 하루 일과 속에 내 모습을 투영하고는 덩달아 분노하고 덩달아 눈물흘리고 덩달아 깔깔거렸다.
최근 한동안 댑따 딱딱한 글, 문어체 글만 보다가 간만에 언니네 글을 보니 넘 좋다.
휴- 2MB시대에 여성주의자로 살아남기, 언니들과 함께라면 외롭지 않겠죵? *ㅁ*
다음번 감자모임엔 꼭 가봐야지!
---------------------------------------------------------------------------------------
2008년 4월 특집 [2MB는 모자라]
|

…사실 저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어요-_-;;; 하지만 현실인걸요. 아니나 다를까, 감자모임을 끝내고 난 후 액션나우팀원들은 하나같이 턱을 괴고 깊은 고뇌에 빠졌습니다. 2MB 시대에 여성주의자인 우리는 왜 이렇게 여성운동의 앞날에 대해 답답함과 암담함을 느끼는 걸까요. 불도저 2MB 정부가 몰고 올 수많은 재앙들 때문에? 하지만 언제는 여성운동하면서 이 정도의 재앙을 걱정하지 않았던 적이 있던가요? 이 답답함을 이유를 찾아내지 않고서는, 앞으로 어떤 방법을 통해서 어떤 이슈로 운동을 할 것인지를 이야기할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MB 시대의 만성 ‘답답증’은 어디에서 오는가
생각해보면 저는 제 자신을 ‘소수자’로 정의하는데 주저함이 없이 살아왔던 것 같아요. 아니, 소수자가 아니라면 뭐라고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요? 그런데 말이죠, 새삼스럽게도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됩니다. 소수자라는 위치는 절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요. 나를 소수자로 인식하게 하는 특정한 맥락과 관계, 그 안에서 나는 소수자인 것이죠.
사실 정치인들의 정체성이라는 것은 자신이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번듯한 주류이며 정상적인 인간인지를 설명하려는 온갖 시도들로 점철되어 있잖아요?
그러니 이성애가족중심적이고 남성중심적인 2MB 정부에서 저는 이미 소수자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구요. ‘비정상’이라고 콕 집어 말씀하시기도 했으니, 제가 아니라고 부정할래야 할 수도 없게 되었네요.
문제는 노골적으로 보수화를 지향하는 2MB시대에 ‘‘진보는 분열하고 보수는 부패한다’는 속설(?)을 뛰어넘기 위해서 우리 각자가 가진 소수자로서의 다양한 위치를 어떻게 드러내고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소수자들의 연대라니, 한편으로는 진부한 문구이지만 또 너무 어려운 일이기도 해요. 그래서 그런지 발제자인 호빵님의 말처럼, 이명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알아서 움직이는 우파들의 자발성 앞에서 여성주의자인 우리는 어떤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됩니다. 참가자 중 난새님이 지적한 것처럼 소수자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이 가시화되면 가시화될수록,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 계층의 사람들 외에는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라지게 될 수도 있겠죠. 이명박 정권 하에서 억압받는 많은 소수자들이 분개해 들고 일어날 것이라는, 그래서 거대한 소수자들의 연대체가 형성될 수 있다는 추상적인 낙관만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바로 여기에 2MB 정권에서 우리의 운동을 전망할 때 생기는 갑갑증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정말로 우리가 내부의 차이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어떠한 사람들과 연대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연대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가 왔다는 위기감 때문이죠. 지금까지 언니네트워크가 우리 스스로가 즐거운 방식으로 사회․제도적인 차별에 저항하고 여성주의적 문화공간을 확장하기 위한 운동들을 해 왔고 그러한 방식이 다양한 여성들의 네트워킹에 유의미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다른 소수자 단위와 연대할 수 있는 판을 짤 것인가도 고민해야 하는 시기인 듯 합니다. 이미 ‘반차별 공동행동’과 같은 연대단위를 통해서 그러한 고민들을 풀어내기 시작하고 있기도 하구요.
빨리 가로질러 갈 수 없다면 천천히 돌아서라도 간다
감자모임에서 많은 참석자분들의 암담함을 목격한 후 가슴이 아픈(=잔머리만 굴리는)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여성주의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이고, 치밀한 운동전략’을 당장은 모르겠다면, 2MB 정권에서 조심하거나 피해야 하는 운동방식은 뭘까 고민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하고 말이죠.
사실 이명박 정부의 패턴은 너무나 명확해요. 우선은 ‘호기롭게’ 정책을 ‘선포’합니다. 예를 들면 신혼부부에게 12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운 것 처럼요(비혼여성은 집도 절도 없이 살아도 아웃오브안중). 동시에 비싼 주택가격 때문에 신혼부부들이 결혼출발에서부터 좌절하고 있다고 마구 ‘역정’을 내시죠. 그리고는 본인이 해결해주겠다며 ‘생색’을 내십니다. 세대 간 차별이다, 비혼 차별이다 좀 논란이 되는 것 같으면 그 다음 바로 은근슬쩍 ‘내빼기’ 기술을 선보이십니다. 12만호였던 주택 공약이 바로 5만호로 줄어들게 되고, 그것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숫자입니다. 언니네트워크가 비혼운동을 하면서 오~래전에 지적했던 문제점들을 말도 안되는 논란을 거치고 거쳐 깨닫고 계시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 못해 안쓰러워요.
주택공약에서 볼 수 있듯이, 정권을 잡은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이명박 정부이긴 하지만 인수위 시절부터 둑 터진 것처럼 쏟아져 나오는 전시용 정책들을 보다보면 ‘반대(시위)만 하다가 5년 다 가겠구만’ 하는 예측을 하게 돼요. 여성주의 운동의 방향이 중앙정부 정책 중심의 운동으로 이동하고, 그러한 정책에 대한 대응하는 것만으로 여성주의자들의 에너지와 시간을 소모하게 되는 방식만큼 2MB 정권에서 위험한 함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언니네트워크의 독자적인 성격의 다양한 운동들을 꾸준히 이어감과 동시에 2MB 정책의 문제점들을 비판하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법, 함께 운동의 동력으로 모을 수 있는 방법 등은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들로 풍성해질 수 있겠지요.
이명박 대통령이 언젠가 “이미 나있는 길만을 놓고 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생각하지 말고, 없는 길을 어떻게 내서 갈까를 생각하라”는 말을 했지요. “태산을 움직여 길을 낼 수 있다면 나는 도전한다”가 좌우명이라고도 하고요. 이 시대가 암울하고 갑갑하긴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전략을 역으로 이용해보는 것도 신선한 여성운동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다시 또 나이브하게)생각해요.
* 이미지는 홍유라님의 만화 ‘채널고정’을 편집한 것입니다.
언니네 채널넷(www.unninet.co.kr) 2008년 4월 특집 '2mb는 모자라' 中
# by | 2008/04/15 10:16 | 요놈의세상길! | 트랙백 | 덧글(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asiale님께 질문이 있는데요. 여성주의자가 이명박정권에서 소수자가 아닌 이유는 무엇이며, 국가가 개인의 결혼을 강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번 결혼배가정책이라는 레토릭 사건은 이명박정부가 복지예산을 너무 줄여서 생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님은 전반적인 복지인프라를 위한 예산은 과감하게 줄여서 정부가 시민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