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청 개소식

2월 21일 목요일. 희망청 개소식에 다녀왔다.
지난주에 희망청으로부터 개소식을 할 거란 얘기를 듣고는 내심 기대를 많이 했다. 우리 모임에서는 일단 당분간은, 아니면 평생 안 할수도 있는 개소식을, 어느정도 자본도 있고(우리보다..) 인지도도 있고 상근자도 있는 희망청에서 연다니, 그래서 기대를 심히 많이 하면서 갔다.

희망청에서는 원래 Opening Party 라고 광고했다.
개소식의 영어버젼 아니냐 하겠지마는.. 사회자의 말로는 Party라는 단어에 의미부여를 많이 했다고.. 난 그렇게 들었다.
그리고 프로그램도 총 3부로 나눠져있었는데, 
1부는 에네르기아. 전시와 공연으로 이루어진 창의 20대의 향연.
2부는 야단법석. 스피치와 블레싱으로 이루어진 희망청 소개.
3부는 황홀경. 파티에 온 이들이 다같이 놀고 즐기는 자리.     ....라고 파티 초대장에는 나와있었다.

그래서 나는.. 전날 새벽 3시 넘어서까지 술마시고 게다가 자전거까지 잃어버렸으나>_< 울적한 기분을 잊어볼까 하는 기대와 함께 (무슨 클럽가는거처럼-_-) 개소식에 참여했는가 보다. 그간 희망청의 경과도 잘 모르면서 쓸떼없이 기대했다가 탓만 하는 나쁜 사람이다 나는 =ㅅ=ㅋㅋㅋ 


처음에는 20대 밴드의 공연이 있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의 소개였는데, 군대를 앞두고 있는 이, 군대간 애인이 있는 이, 수능을 4번 본 이, 이렇게 등등. 지금 20대가 닥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재미있는 소개였다.

이런 1부는 나름 괜찮았는데, 2부가 되면서는 꼭 회사 개소식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어디어디단체 장이라는 386 이상의 분들이 와서 '기특하다. 잘해보아라' 하는 말 등으로 1시간을 보냈다.
원래 이런게 맞다는 의견도 있지만, 난 잘 모르겠다. 내가 아직 희망청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렇기도 하고. 그런데 그게 맞다고 하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은 것들이 많다. 결국엔 20대들이 중노동 다해서 만들어놓고, 386들은 교장샘처럼 한마디씩 하고 가고.
그들의 도움이 앞으로도 줄곧 필요하긴 하겠지만,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20대 운동이란 '기존에 해왔던 모습'을 답습하는 형태로 가지 않는 것이다. 기존의 어른들은 매우 낯설어 할수도 있다. 그렇지만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진보는 진보가 아니다. 뭐 어쨋거나 그래서 내 생각은, 어제 그 어른들의 발언은 사실 책자에 실을수도 있는 코멘트 아니었나 하고 생각한다. 결국 20대는 또 어린 학생들처럼 그 아저씨들에 일방적인 강의만 들으며 1시간을 보냈다.
그나마 우석훈샘과 조한샘의 말만 좀 나았다. 그냥 '저 사람들은 다른 386과 달라' 하는 내 편견이 작용해서 그랬던 것일까? 그것도 맞을수 있겠다. 암튼. 어쨋거나 내 귀에 가장 잘 들렸다는... 우석훈샘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건 기존의 것을 나아지게 하려는 운동이니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라고 한 것. 그리고 조한샘은.. 음 갑자기 기억이 안나는군. 뇌리에 박힌 말이 있었는데 잠시 빠져나간-_-..

처음에 사회자가 여기 모인 사람들을 모두 다 소개한다고 했을때 나는 긍정적이었다. 보통 **단체, **장 정도만 소개를 하는데 그것도 나는 별로다. 그래서 이판사판에서도 사람들이 나한테 '반장'이라고 부르는게 무슨 초딩 반장 느낌이 나서 좀 웃기자는 의미에서 "우리는 공동체니 '촌장'이라고 불러줘요~" 했더니 이제 또다시 촌장이란 말에도 권력이 들어간 느낌이 난다. -_-

그런데 기왕 그렇게 전부를 소개한다고 했으면 좀 더 재미있게 했으면 좋았을 듯 싶다.
음.. 딱히 생각나는 아이디어는, 나는 대안없는 비난을 싫어하므로 나름 머리를 잠시 굴려보자면.
예를 들면 이름을 ppt 한컷마다 저장해서 넘긴다던지. 사회자 혼자서 그 많은 사람들을 다 나열하려다 보니 나중에는 좀 버거워보였다. 명단 읽고, 누구 일어났나 보고. 다시 보고.
처음에 문앞에서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ppt컷 하나에 대충 이름, 소속 정도를 각자 썼으면 됬을텐데 말이다.
뭐 암튼 아이디어야 머리굴리면 또 나올테고. 아무튼 재미없고 긴 건 싫다.

어쨋든 사회자가 무수한 사람들과 단체를 소개할때 나는 구석에서 그 명단을 열심히 받아적었다. 20대운동하면서 또 만날 사람들이니 파악좀 해볼까 하고. 근데 정말 많았다. 또 나름 한쪽 구석에서 열심히 봉사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 요리하는 20대분들, 아직 홈피도 없고 조만간 홈피 만들 계획이라고만 들어서 '아..네' 하고 말았는데, 연락처라도 받아올걸 그랬나? 굉장히 섬세한 이미지의 남자분께서 행사 내내 고생하셨다.

2층에는 굽시니스트가 4컷만화 해놓은 것도 있었다. 그분도 혹시 왔는지 궁금했는데. 그리고 넥스터즈(명함받아왔다~). 대학생나눔문화 등등. 별별 신기한 단체가 많이 왔다. 어쩌면 희망청도 나름 '야단법석'하게 해보려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이 와서 소개가 지연되면서 재미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뭐 또 생각난 아이디어가 있는데, 20대는 컴세대아닌가. 개소식에 올것이 확실하면서 온김에 자기단체 PR도 하고 싶은 20대단체는 자기 모임 사진이나 이미지같은 것을 미리 보냈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럼 아까 위에서 말했던 PPT보다 양도 줄면서 좀 더 재미있었을텐데. 뭐 지난 마당에~ 그치만 담에 기회되면 써먹어봐야지. 흥

어른들 발언하는 내내. 절대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나는, 나중에 2층에서 늘어져서 '졸려-'를 연발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무지 죄송하기도ㅇ_ㅇ 좀 크게 말했나봐...)
앗싸리 하게 어른들 발언자리라고 도장 박던지 말이다. 야단법석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혼자 오바망상 했다.
사실 여기도 2.30대를 다 어우르는 파티를 해보려다 더 모호하게 만든 것 같다.

3부 '황홀경'은 다같이 놀고 즐기는 자리가 되진 않았다. but, 황홀한 공연은 있었다. 노리단에서 보여준 공연인데, 그들의 공연에서 느껴지는 그 행복함. 공연을 하면서 스스로도 즐거움을 만끽하는 듯한 그 모습에 푹 빠져들었다. 지금도 그들의 미소와 노랫가락이 생각난다. 몸을 두드려서 내는 소리. 트라이앵글 소리. 북소리. 매력적인 저음의 노래소리.
 
어른들이 쪼끔 민망해할수도 있겠지만, 뭐. 아니 그들은 20대였던 적이 없나? 여기서도 기왕이면, 다들  일어나서 방방 뛰고 노리단에서 하는 구호도 좀 따라하고 했으면 정말 땀흘리게 웃으며 파티를 마무리했을텐데. 다들 티비 보는 것처럼 벙 쪄서 가만히 보기만 하고 말이다.

사실, 할려면 우리 모임에서 차라리 해야 맞는 그런 개소식 스타일을 내가 희망청에 본의 아니게 너무 많이 요구한 것 같다. 거기는 실업극복재단에 속한 곳이고, 대외적인 인지도도 있는 곳이다. 근데, 뭐 잘 모르겠다. 시작이니까. 앞으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내 스스로도. 모임에 대해서도.


개소식이 끝난 이후에는 아는 사람들 몇몇이 모여서 술집으로 갔다. 1차 고깃집. 2차 생맥주집. 3차 바. 4차 포차. 5차 해장술. -_=

나는 어디에 가면 '날밤까'라는 밤조직을 만드는 아주 안좋은 습관이 있는데, 최근의 날밤까 모임은 거의 참여연대 친구들과 함께 했다. 그때는 실천하는 이들이 많았고 그러다보니 내가 활동하지 않았던 분야에 대한 공유도 많이 됬다. 처음에는 참여연대에서 만났으나 나중에는 각자 다른분야에서 활동하며, 때때로 서로의 단체에 가서 자원활동도 하고. 그 해 우리 중에 진짜 활동가도 하나 나왔다.

그리고 최근에 간만에 즐거웠던 술자리가 바로 어제였다, 지난번 술자리에 이어 이번 술자리에서 나는 나의 지적 무능함을 계속 탓했다.. 으어 책좀 읽자꾸나 오디. 틈틈이 받아적고 싶은 뭔 이름들도 몇번 나왔는데 귀찮음으로 넘겨버렸다. 그랬더니 지금 기억나는 것은 수유너머 책 보지 마라는 것과, 철학책으로 좋은게 있는데 자기 블로그에 '왕도'를 검색하면 된다는..(술자리 초반의 기억..) 정도만 생각이 난다. 
어쨌거나. 술자리에서 고민이 해결되도 하고 새로운 고민이 생기기도 하고, 그냥 하염없이 술이 부족한.. 이런 술자리가 재미있다. 그리고 보통 4시정도부터는 체력탕진으로 그저 첫차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데, 이번에는 아침 6시경에 첫차타러 가다가 그것도 아쉬워서 도로 '해장술'을 하러 들어갔다. 그리하여 결국 곰곰은 필름이 끊기고...... 같은 동네 살다보니 집에 안 데려다줄수도 없고.. 세상에나 완전 무거우신+초초초기절상태이신 곰아저씨를 끌고 집에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_ㅠ

희망청은 규모나 인지도가 다른 20대 모임에 비교할 수 없이 크지만, 앞으로의 네트워크를 어떤식으로 해나가야 할지는 좀 더 많은 회의가 필요하겠다. 사실 우리 모임도 그렇고 아직 앞길이 잘 안보인다. 때로는 약간 갔다가 도로 돌아오는 일도 생길 지 모르겠다.
그러지 않도록..! 많은 고민을 해야하겠지만. 음. 역시나.. 그저 이번주 이판사판 모임을 기다려본다.. ㅎㅎ

by 오디♪ | 2008/02/23 14:37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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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허건 at 2008/02/24 11:59
그게 취한거였어요? 저는 이 사람들은 간을 알콜에 절여도 안 취할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Commented by 오디♪ at 2008/02/26 23:13
허헛ㅋㅋ 제가 곰곰보다 약간 더 간이 세긴 합니다만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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