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20일
시민단체에 대한 오해와 편견
나는 지난 한해동안 대학생을 상대로 시민단체 자원활동가, 모니터요원, 강좌 참여등에 대한 홍보를 하고 그로 인해 시민단체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서로간의 네트워킹을 형성하게끔 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아무래도 내가 제일 자주 만나는 동아리 후배들에게 그런 제안을 많이 하는 편인데, 후배들이 거절을 하려 할때면 늘 하는 말이 있다. '어려워서...' '전 그분야에 문외한인데..'
한동안은 '내가 그동안 너무 진지한 얘기만 했나? 어렵게 말했나?' 하고 반성을 하며 내 이미지 쇄신에 노력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자꾸 듣다보니 문득 억울해졌다. 나 그렇게 진지하고 어려운 사람 아닌데. (내가 싸이를 얼마나 열심히 했다구ㅠㅠ)
처음부터 쉬운 것이 어디 있겠나. 모르면 배우는 거 아닌가. 학교 수업이나 기업 특강은 이해 못하면 '내 탓'을 하며 더 알려고 하면서 왜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을까.
그냥 솔직하게 관심이 없다라고 말하면 안될까? 시간은 있지만 그 시간을 거기에서 보내느니 차라리 잠을 잘래요. 해도 상관없는데...
어제 좀 한가해서 imbc에서 100분토론을 몇개 봤다. (우리 할머니가 100분토론같은 프로그램을 매우 싫어해서 TV로는 좀처럼 볼 기회가 없다. 할머니는 그게 맨날 좌/우파 대립이라고 생각하고 좌파쪽 발언하는 사람들 왜 안잡아가냐고 혀를 찬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진중권이 100분토론 디워논쟁편에서 데우스 엑스 마끼나 발언을 했던 것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는 그 토론회를 안 본 상황이라 내심 궁금하여 벼르다가 어제 보게 된것이다. 그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사실 영화평론을 하면서도 미처 그 말을 모르는 사람들이 잘못인가 아니면 시청자들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어려운 말을 난무한 진중권 탓인가?
뉴스에서 주식에 대한 용어는 뭐 다 알아듣고 넘기나.. 유독 시민단체에게만 쉬운것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시민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니까 시민단체는 다른 곳보다 유독 그래야 하나? 그럼 뉴스와 신문은 시민들 보여주기 위한 용 아닌가. -_-
익숙하지 않고 관심이 없는것이다. 차라리 '관심이 없어요'라고 말하면 더 솔직했을 것이다. 그래도 난 뭐라 하지 않는다. 어렵다고 말하면 내가 자꾸 가르쳐주려 하게 된다. 어려운데 그래도 관심은 있는건지, 그냥 관심이 없는지에 대해서 솔직해지길 바란다.
오해와 편견 두번째는, 위에 대한 연장선이기도 한데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 뭔가 착하지 못한 아이가 될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앞에서는 행여나 말 실수를 할까봐 눈치를 보는 것 같다.
한동안 '이랜드 불매'티를 입고 다녔다. 그래서 그게 뭔지 물어보는 애들도 있었고, 내 싸이를 보기도 해서 대충 무슨일인지 짐작은 했으리라.. 그런데 그뒤로 한 후배가 이랜드 계열에서 옷을 샀는데 자기가 좋아서 사놓고는 내 앞에서 민망해하는 것 같아서 내가 오히려 눈치가 많이 보였다. 이랜드 문제에 확실히 공감을 하면 자신들도 안 사면 되고, 공감을 못하면 뭐 사는 거지. 그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면서 옷은 사고 싶어서 샀다면 그거는 개인의 양심으로 판단할 문제지 내가 가르칠 것은 아니다.
내가 굳게 다짐한 바가 하나 있는데, 먼저 물어보지 않는 이상 절대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물어봐도 안 가르친다. 사실 내가 뭘 안다고 누구를 가르치나-ㅅ- 그저.. 혼자 소신껏 행동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위와 같이 학생들은 자신들을 착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한편으로 시민단체를 굉장히 도덕적이고 정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로 나와는 절대 어울릴 수 없는 곳.
웃긴 일이 있었는데, 친구가 한 후배와 어떤 진보진영의 강좌를 가게 되었단다. 쉬는 시간에 잠시 나오는데 그 후배가 지갑을 책상위에 그냥 두고 나오면서 하는 말이 '이사람들은 안가져가겠죠?' 였다. 동지로서 믿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운동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에 대해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그 운동이라는 것에 엉뚱한 족쇄를 채우게 된다.
한 친구는 날 따라서 여성단체를 가는데 자신이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을 신었다는 것에 대해 눈치를 보았다. 그래서 내가 '거기 활동가들도 치마 입고 힐도 신어'하니까 매우 의아해했다. 페미니스트가 그래도 되냐고... 그럼 안되는 이유는 뭐지?
페미니스트는 여자가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니스커트에 대한 남자들의 무례함을 꾸짖으려는 것이다.
남자들이 "쟤가 미니스커트를 입어서 내 성충동을 일으켰어. 고로 내가 그녀를 강간한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그녀의 복장 잘못이야' 라고 (한마디로 나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무뇌아야) 하는 것을 수용하는 사회 현실이 문제인 것이다.
하이힐은 개인적으로 소위 현대판 전족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전족을 신던 여성들이 그냥 평범한 신발을 신고 온 도시여성을 보게 되었는데, 그 때 그들이 그 도시여성을 '못생겼다'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 와서 재해석하면서 전족이 비판받게 된거지, 사실 그때는 美의 상징이었다. 하이힐도 마찬가지이다. 힐을 오래 신으면 발이 아치형이 된다. 몸의 균형도 안 맞게 된다. 그렇지만 다들 좀 더 예쁘고 섹시하게 보이려고 하이힐을 신는다. 현대사회의 美 인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미를 따르지 않겠어!' 하면 신지 않으면 된다. '발이 아파도 그 미를 따르고 싶어!' 하면 신으면 된다.
하이힐이 발에 무리가 간다는 문제를 다 알면서도 굳이 신겠다고 하면 뭐 할말 없다고 본다.
그걸 뭐라고 하기 시작하면 브래지어도 벗어야한다. 숨통을 죄기 때문이다. 소위 여성주위에 대해서 좀 배웠다는 여성들이 아프리카 여성들이 차별받고 있다며 계몽시켜주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다. 그들은 브래지어도 안하고 하이힐도 안 신지 않는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잣대로 그들의 문화를 폄하하는 것은 진정한 여성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쨋거나 하이힐이나 미니스커트에 대해 정죄하고픈 여성들은 먼저 자신의 브래지어부터 벗어라.
사실 남들을 '정죄'하는 것은 잘못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여성주의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되, 그 다른 사람들이 한 사회에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어느 한 쪽이 소수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게끔 배려하는 것이다.
고백하자면, 이런 정죄에 대한 비판은 내 지난 잘못들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내가 농활에서 햄버거 세미나를 한 직후에 내눈 앞에서 햄버거 먹는 후배를 발견하고는 비난을 쏟아부었던 것에 대한 반성이다,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은 결국 내 눈 앞에서만 햄버거 먹지 마라 정도 밖에 되지 못했고, 공감하지 못한 후배에게 강요하는 것은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어른들과 다를 게 없었다. 결국 나는 동아리 집행부라는 권력을 이용하여 동아리 내에서의 새로운 소수자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사실 그들이 수적으로는 다수였는데 다들 찍소리 못했다는..그래서 그게 더 미안하다ㅠㅠ)
농민시위가 있던 날 아침에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는데, 드라이를 해주면서 머리를 우아하게 말아주었다. 그 날은 시위를 가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내 스스로도 정죄했던 것 같다. 평소에는 화장할 거면서 굳이 시위 갈때는 유독 초췌하게 가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11/11범국민대회 때는 동아리 창립제를 한 후에 밤을 새고 바로 가게 된거라 초미니스커트와 하이힐부츠에 망또를 두르고 갔다. 뭐, 그날 뛸 일이 많아서 발이 아프긴 했지만 그건 내 손해지 뭐 남들에게 말 들을 것은 절대 아니다.
(근데 만나는 사람들에게마다 나는 매번 '아 어제 창립제가 있었어서..'라고 묻지도 않은 말에 변명했다. -////-)
나이 드신 분들은 정죄를 하기도 한다.. 농활 갈때 염색 다 빼고 가라는 것도 그 이유에서인것 같은데, 근데 농활가기 위해서 다시 돈들여서 검은 물을 들이라면 그것도 웃기지 않은가. 서울 와서 다시 물들여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애들이 점점 안가는 것 같기도 하다.-_-;;
그런데 지난 내 모습이 그랬듯이, 지금도 막 운동에 입문(?)하는 후배들을 보면 스스로 완벽하게 바른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랜드 옷입는 애들 뭐라 하고. 꼭 '내가 이러는데 너네는 왜 그러냐'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 친구들에게도 뭐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금 내 다짐은 정말이지 '가르치지 않는다'이니까. 내가 그렇게 아는것이 쥐뿔도 안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을 가르치려 할때 옆에서 보고 '허허'하고 웃기만 했던 선배들이 있었다. 그 때는 왜 나를 도와주지 않을까... 하고 서운해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배들 덕에 나도 스스로 깨달을 기회를 얻었고, 그래서 한 때 정죄했던 친구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할수 있게 되었다.
동아리 동기가 총 7명인데, 2학년때는 그들에게도 참 서운하게 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놀면 맨날 남자 얘기나 화장 얘기밖에 안하는 것 같아서 점점 동기모임에 안 나가게 되었다. 지금은 그들에게 다시 사과를 한 상태이고, 같이 만나면 신나게 남자 얘기만 한다. 다행히도 이젠 그 친구들도 내가 하는 활동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우연치 않게 공감하는 친구도 생겼다. 자신도 홈에버에서 알바를 해봤었는데 정말 역겨웠단다. 그런데 내가 자신이 일했던 홈에버 앞에서 시위하는 것을 보고 신이 났다는 것이다. 그 친구와 엄마는 내가 시위하는 것을 보며 통쾌해했단다. ('우리엄마한테도 얘기 못하는 걸 너네 엄마가 공감하셨다니. 사실 남의 딸이 시위나가서 그런거지!'ㅋㅋ)
가르치려하지 않으려 하다보니 친구들 만날 때 나도 더 편해지고,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이 참 좋다. 다만... 아직도 아쉬운 게 있다면, 내가 흡연을 하는 것에 대해서 '여성운동의 일환으로' '페미니스트는..' 뭐 이런식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세상에 운동의 일환으로 흡연을 해야한다면 그거 얼마나 맛없고 괴롭겠는가. 참 발상들도 진짜...-_-
난 그냥 재미로 피는 거고 끌리니까 피는 것이다. 옆에서 수두룩한 남자들이 담배필때는 암말 안하다가 유독 내가 담배를 물면 '언니 근데 몸에 안좋잖아요' 하고 내 몸만 걱정하는 것은 뭔가.. 내 건강은 알아서 챙길테니 걱정 마시길...
아무튼 활동가들은 나보다 훨씬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을테고 결론은 나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에 있어서도 더 사려깊고, 따뜻하다. 그러니 후훗 겁먹지 말고 다가오시라. 술 한번만 먹으면 그 오해와 편견의 벽은 쉽게 허물어질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소. ㅋㅋㅋ
아무래도 내가 제일 자주 만나는 동아리 후배들에게 그런 제안을 많이 하는 편인데, 후배들이 거절을 하려 할때면 늘 하는 말이 있다. '어려워서...' '전 그분야에 문외한인데..'
한동안은 '내가 그동안 너무 진지한 얘기만 했나? 어렵게 말했나?' 하고 반성을 하며 내 이미지 쇄신에 노력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자꾸 듣다보니 문득 억울해졌다. 나 그렇게 진지하고 어려운 사람 아닌데. (내가 싸이를 얼마나 열심히 했다구ㅠㅠ)
처음부터 쉬운 것이 어디 있겠나. 모르면 배우는 거 아닌가. 학교 수업이나 기업 특강은 이해 못하면 '내 탓'을 하며 더 알려고 하면서 왜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않을까.
그냥 솔직하게 관심이 없다라고 말하면 안될까? 시간은 있지만 그 시간을 거기에서 보내느니 차라리 잠을 잘래요. 해도 상관없는데...
어제 좀 한가해서 imbc에서 100분토론을 몇개 봤다. (우리 할머니가 100분토론같은 프로그램을 매우 싫어해서 TV로는 좀처럼 볼 기회가 없다. 할머니는 그게 맨날 좌/우파 대립이라고 생각하고 좌파쪽 발언하는 사람들 왜 안잡아가냐고 혀를 찬다)
얼마 전 술자리에서 진중권이 100분토론 디워논쟁편에서 데우스 엑스 마끼나 발언을 했던 것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는 그 토론회를 안 본 상황이라 내심 궁금하여 벼르다가 어제 보게 된것이다. 그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사실 영화평론을 하면서도 미처 그 말을 모르는 사람들이 잘못인가 아니면 시청자들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어려운 말을 난무한 진중권 탓인가?
뉴스에서 주식에 대한 용어는 뭐 다 알아듣고 넘기나.. 유독 시민단체에게만 쉬운것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시민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니까 시민단체는 다른 곳보다 유독 그래야 하나? 그럼 뉴스와 신문은 시민들 보여주기 위한 용 아닌가. -_-
익숙하지 않고 관심이 없는것이다. 차라리 '관심이 없어요'라고 말하면 더 솔직했을 것이다. 그래도 난 뭐라 하지 않는다. 어렵다고 말하면 내가 자꾸 가르쳐주려 하게 된다. 어려운데 그래도 관심은 있는건지, 그냥 관심이 없는지에 대해서 솔직해지길 바란다.
오해와 편견 두번째는, 위에 대한 연장선이기도 한데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 뭔가 착하지 못한 아이가 될까봐 걱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 앞에서는 행여나 말 실수를 할까봐 눈치를 보는 것 같다.
한동안 '이랜드 불매'티를 입고 다녔다. 그래서 그게 뭔지 물어보는 애들도 있었고, 내 싸이를 보기도 해서 대충 무슨일인지 짐작은 했으리라.. 그런데 그뒤로 한 후배가 이랜드 계열에서 옷을 샀는데 자기가 좋아서 사놓고는 내 앞에서 민망해하는 것 같아서 내가 오히려 눈치가 많이 보였다. 이랜드 문제에 확실히 공감을 하면 자신들도 안 사면 되고, 공감을 못하면 뭐 사는 거지. 그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면서 옷은 사고 싶어서 샀다면 그거는 개인의 양심으로 판단할 문제지 내가 가르칠 것은 아니다.
내가 굳게 다짐한 바가 하나 있는데, 먼저 물어보지 않는 이상 절대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물어봐도 안 가르친다. 사실 내가 뭘 안다고 누구를 가르치나-ㅅ- 그저.. 혼자 소신껏 행동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위와 같이 학생들은 자신들을 착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한편으로 시민단체를 굉장히 도덕적이고 정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로 나와는 절대 어울릴 수 없는 곳.
웃긴 일이 있었는데, 친구가 한 후배와 어떤 진보진영의 강좌를 가게 되었단다. 쉬는 시간에 잠시 나오는데 그 후배가 지갑을 책상위에 그냥 두고 나오면서 하는 말이 '이사람들은 안가져가겠죠?' 였다. 동지로서 믿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운동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에 대해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그 운동이라는 것에 엉뚱한 족쇄를 채우게 된다.
한 친구는 날 따라서 여성단체를 가는데 자신이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을 신었다는 것에 대해 눈치를 보았다. 그래서 내가 '거기 활동가들도 치마 입고 힐도 신어'하니까 매우 의아해했다. 페미니스트가 그래도 되냐고... 그럼 안되는 이유는 뭐지?
페미니스트는 여자가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미니스커트에 대한 남자들의 무례함을 꾸짖으려는 것이다.
남자들이 "쟤가 미니스커트를 입어서 내 성충동을 일으켰어. 고로 내가 그녀를 강간한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그녀의 복장 잘못이야' 라고 (한마디로 나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무뇌아야) 하는 것을 수용하는 사회 현실이 문제인 것이다.
하이힐은 개인적으로 소위 현대판 전족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전족을 신던 여성들이 그냥 평범한 신발을 신고 온 도시여성을 보게 되었는데, 그 때 그들이 그 도시여성을 '못생겼다'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 와서 재해석하면서 전족이 비판받게 된거지, 사실 그때는 美의 상징이었다. 하이힐도 마찬가지이다. 힐을 오래 신으면 발이 아치형이 된다. 몸의 균형도 안 맞게 된다. 그렇지만 다들 좀 더 예쁘고 섹시하게 보이려고 하이힐을 신는다. 현대사회의 美 인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미를 따르지 않겠어!' 하면 신지 않으면 된다. '발이 아파도 그 미를 따르고 싶어!' 하면 신으면 된다.
하이힐이 발에 무리가 간다는 문제를 다 알면서도 굳이 신겠다고 하면 뭐 할말 없다고 본다.
그걸 뭐라고 하기 시작하면 브래지어도 벗어야한다. 숨통을 죄기 때문이다. 소위 여성주위에 대해서 좀 배웠다는 여성들이 아프리카 여성들이 차별받고 있다며 계몽시켜주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다. 그들은 브래지어도 안하고 하이힐도 안 신지 않는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잣대로 그들의 문화를 폄하하는 것은 진정한 여성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쨋거나 하이힐이나 미니스커트에 대해 정죄하고픈 여성들은 먼저 자신의 브래지어부터 벗어라.
사실 남들을 '정죄'하는 것은 잘못된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여성주의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되, 그 다른 사람들이 한 사회에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어느 한 쪽이 소수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게끔 배려하는 것이다.
고백하자면, 이런 정죄에 대한 비판은 내 지난 잘못들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내가 농활에서 햄버거 세미나를 한 직후에 내눈 앞에서 햄버거 먹는 후배를 발견하고는 비난을 쏟아부었던 것에 대한 반성이다, 내가 그렇게 만든 것은 결국 내 눈 앞에서만 햄버거 먹지 마라 정도 밖에 되지 못했고, 공감하지 못한 후배에게 강요하는 것은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어른들과 다를 게 없었다. 결국 나는 동아리 집행부라는 권력을 이용하여 동아리 내에서의 새로운 소수자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사실 그들이 수적으로는 다수였는데 다들 찍소리 못했다는..그래서 그게 더 미안하다ㅠㅠ)
농민시위가 있던 날 아침에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는데, 드라이를 해주면서 머리를 우아하게 말아주었다. 그 날은 시위를 가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내 스스로도 정죄했던 것 같다. 평소에는 화장할 거면서 굳이 시위 갈때는 유독 초췌하게 가야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11/11범국민대회 때는 동아리 창립제를 한 후에 밤을 새고 바로 가게 된거라 초미니스커트와 하이힐부츠에 망또를 두르고 갔다. 뭐, 그날 뛸 일이 많아서 발이 아프긴 했지만 그건 내 손해지 뭐 남들에게 말 들을 것은 절대 아니다.
(근데 만나는 사람들에게마다 나는 매번 '아 어제 창립제가 있었어서..'라고 묻지도 않은 말에 변명했다. -////-)
나이 드신 분들은 정죄를 하기도 한다.. 농활 갈때 염색 다 빼고 가라는 것도 그 이유에서인것 같은데, 근데 농활가기 위해서 다시 돈들여서 검은 물을 들이라면 그것도 웃기지 않은가. 서울 와서 다시 물들여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서 애들이 점점 안가는 것 같기도 하다.-_-;;
그런데 지난 내 모습이 그랬듯이, 지금도 막 운동에 입문(?)하는 후배들을 보면 스스로 완벽하게 바른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랜드 옷입는 애들 뭐라 하고. 꼭 '내가 이러는데 너네는 왜 그러냐'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 친구들에게도 뭐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금 내 다짐은 정말이지 '가르치지 않는다'이니까. 내가 그렇게 아는것이 쥐뿔도 안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배들을 가르치려 할때 옆에서 보고 '허허'하고 웃기만 했던 선배들이 있었다. 그 때는 왜 나를 도와주지 않을까... 하고 서운해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선배들 덕에 나도 스스로 깨달을 기회를 얻었고, 그래서 한 때 정죄했던 친구들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할수 있게 되었다.
동아리 동기가 총 7명인데, 2학년때는 그들에게도 참 서운하게 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놀면 맨날 남자 얘기나 화장 얘기밖에 안하는 것 같아서 점점 동기모임에 안 나가게 되었다. 지금은 그들에게 다시 사과를 한 상태이고, 같이 만나면 신나게 남자 얘기만 한다. 다행히도 이젠 그 친구들도 내가 하는 활동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우연치 않게 공감하는 친구도 생겼다. 자신도 홈에버에서 알바를 해봤었는데 정말 역겨웠단다. 그런데 내가 자신이 일했던 홈에버 앞에서 시위하는 것을 보고 신이 났다는 것이다. 그 친구와 엄마는 내가 시위하는 것을 보며 통쾌해했단다. ('우리엄마한테도 얘기 못하는 걸 너네 엄마가 공감하셨다니. 사실 남의 딸이 시위나가서 그런거지!'ㅋㅋ)
가르치려하지 않으려 하다보니 친구들 만날 때 나도 더 편해지고,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이 참 좋다. 다만... 아직도 아쉬운 게 있다면, 내가 흡연을 하는 것에 대해서 '여성운동의 일환으로' '페미니스트는..' 뭐 이런식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다.
세상에 운동의 일환으로 흡연을 해야한다면 그거 얼마나 맛없고 괴롭겠는가. 참 발상들도 진짜...-_-
난 그냥 재미로 피는 거고 끌리니까 피는 것이다. 옆에서 수두룩한 남자들이 담배필때는 암말 안하다가 유독 내가 담배를 물면 '언니 근데 몸에 안좋잖아요' 하고 내 몸만 걱정하는 것은 뭔가.. 내 건강은 알아서 챙길테니 걱정 마시길...
아무튼 활동가들은 나보다 훨씬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을테고 결론은 나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에 있어서도 더 사려깊고, 따뜻하다. 그러니 후훗 겁먹지 말고 다가오시라. 술 한번만 먹으면 그 오해와 편견의 벽은 쉽게 허물어질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소. ㅋㅋㅋ
# by | 2008/02/20 14:02 | 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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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감히 너는 S라인이 아니냐'는 시선이나, '어떻게 감히 너는 하이힐을 신었느냐 '하는 시선이나.ㅋ